개발자 노트 : 공장 게임은 왜 재미있는가?

0. 서론

방학동안 쉬면서 Nomifactory라는 이름의 마인크래프트 모드팩을 플레이 해 보았는데, Factorio와 비슷한 느낌의 공장류 게임이면서 레벨 디자인이 꽤 잘 되어있어 300시간 가량 즐겁게 플레이했다. 나에게 있어 Nomifactory는 잘 만든 재미있는 공장 게임이었으며, 이 글에서는 이 게임의 요소 및 플레이 경험을 분석하면서 공장 게임의 특징과 재미 요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1. Nomifactory가 무엇인가요?

  • Gregtech라는 마인크래프트 내 거대 모드를 베이스로,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탐험과 전투 등의 요소를 최소화한 채 Gregtech에서 추가하는 여러 기계들을 바탕으로 공장을 짓고, 티어를 올려 최종적으로 여러 크리에이티브 아이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인 퀘스트 기반 익스퍼트 모드팩


    게임 실행 시 화면 - 커뮤니티 유저들이 올린 공장 사진들 중 있어보이는것 몇장을 돌아가며 보여준다.

  • 주요 시스템들

    • 전압 티어 시스템 : LV(32V)에서 시작해서 MV(128V), HV(512V), … UV(524,288V) 식으로, 하나의 전압 티어가 올라갈때마다 전압이 4배씩 증가한다. 기계별로 사용 전압이 분리되어 있으며, 기계를 사용하는 모든 레시피에는 최소 전압 요구량이 있어 티어별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다르다. 낮은 티어에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높은 티어의 기계로 만들고자 할 경우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대신 속도가 빨라진다.


      아이템 조합법 예시

    • 멀티블럭 기계들 : 다양한 멀티블럭 기계들을 통해서 자동화를 하기 한결 편안하다. 티어가 올라갈수록 멀티블럭 기계들의 요구량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단일 블럭 기계들과 비교하여 좋은 성능을 낸다.


      엔딩 이후 공장 전경. 대부분이 멀티블럭 기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Assembly Line이라고 불리는 멀티블럭의 사용 예시*

    • ME(Matter-Energy) 시스템 : 전기를 먹는 고성능 창고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사용에 일부 제한이 있는 대다수의 모드팩과는 달리 사용에 제한이 없어 아이템을 관리하기 편하다. 기계를 통한 아이템&액체 입출력 또한 지원해서 자동화에 매우 유용하다.


      엔딩 당시 창고 상태

    • 광맥 : 3~4가지 종류의 광물들이 특정 청크에 몰려서 생성된다. 광맥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나의 광맥을 다 캘 경우 1000~2000개의 광석을 얻을 수 있다.


      광맥 내 광물 분포 예시

      스캐너(게임 시작 시 지급)를 이용하여 스폰지역 주변 광맥 분포를 스캔한 모습

    • Micro Miner : 다른 차원에서 광물을 캐온다는 컨셉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월드에 스폰되지 않고 이것으로만 얻을 수 있는 광물들이 존재한다. Micro Miner 또한 티어가 있으며, 티어가 높아질수록 얻기 어려운 자원들을 많이 제공한다.


      Micro Miner Tier 1을 이용하여 철, 레드스톤, 석영 등의 광물을 얻는 레시피

  • 퀘스트 : 게임의 진행 단계별로 플레이어가 어떤 것을 만들어야 다음 티어로 나아갈 수 있고, 현재 단계에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들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함.


    *퀘스트북을 편 모습.

2. Nomifactory는 왜 재미있나요?

  • 모든 티어 구간에 대해서 다음 티어를 올라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확실하여 동기부여가 잘 됨. 예시:

    • LV → MV : 기존 레시피에 비해 1.5~2배 가량 효율적인 레시피 다수 개방, DML을 통해 철, 구리, 레드스톤 등의 기초 자원들을 채굴 없이 전기만 이용하여 자동화할 수 있게 되며 다이아몬드 발전기를 통해 전기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됨.
    • MV → HV : ME 시스템과 자동 조합을 사용할 수 있게 됨.
    • HV → EV : 전기가 슬슬 모자라지는 시기. 원자로를 통해 많은 양의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됨.
    • EV → IV : 기존 기계들의 멀티블럭 버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생산 속도가 대폭 빨라지며, Micro Miner를 이용하여 희귀 자원들을 획득할 수 있게 됨.
  • 퀘스트북의 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현재 내가 어떠한 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음. ‘그래서 이제 뭐함?’ 상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됨.

  • 대부분의 자원을 자동화를 통해 무한히 얻을 수 있음 : 자원별로 얻는 루트가 다양해서 각 자원을 자동화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음

  • 뇌절 조합법이 별로 없음 : 최종 티어 아이템을 제외한다면 자원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먹는 아이템은 딱히 없고, 그마저도 재료 아이템이 아니라 한 번만 영끌해서 만들면 되는 장비 아이템인 경우가 대부분임. 따라서 퀘스트북 따라 자동화해야 하는 것들만 잘 만들어두면 조합법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음


    물론 최종티어 아이템들은 만들기 다 뭣같긴했지만 얘도 영끌해서 하나만 만들면 되니까…

3. 공장 게임이 재미있어지려면

  • 그래서 이제 뭐함?: 공장게임을 하면서 접는 원인 1순위. 퀘스트나 연구 등을 통해서 유저들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끔 도와줄 필요가 있음.
  • 이거 언제 다함: 공장게임을 하면서 접는 원인 2순위. 특정 구간에서 너무 정체되지 않도록 티어 설계를 잘 할 필요가 있음.
  • 이딴 거 왜함?: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공장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특정 아이템을 자동화하고 티어를 올리며 라인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대부분임. 따라서 해당 아이템을 만들고/티어를 올렸을 때 얻을 수 있는이익을 확실히 제공해 주어야 함. 동기부여&성취감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직관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티어 시스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티어 설계를 잘 해야 함.
    -이거 전에도 많이 했었는데?: 같은 방법으로 자동화를 계속 하다 보면 게임이 단조로워지고, 점점 지루해지기 쉬움. 그렇다고 해서 너무 다양하게 하면 유저가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니까, 적당한 선에서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음.

4. 프로젝트의 방향성

  • 현재 3가지 정도의 초기 컨셉(수 연산 / 마법공학 / 기계의 모듈화) 이 있는데, 이들을 어느정도 구체화해 본 후 이들 중 어떠한 컨셉이 위에서 설명한 공장 게임의 재미 요소를 잘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 최우선.
  • 시간될 때 다른 인기 있는 공장 게임(Satisfactory, Factorio - Space Exploration)을 플레이해 보고, 이들이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차별점과 이로 인한 장/단점을 분석해보면 좋을 것 같음